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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뭐랄까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저는 28년을 모태솔로로 살았었습니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청소년기 때 고등학교 3년 내내 남고여서 여자들이랑 대화를 해볼 기회가 없었고, 20대에 들어서는 대입+군대에 5년이라는 시간을 쏟아 붓는 바람에 여자를 접해보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후로 여성들이랑 대화를 하는게 어색하고 불편하더라고요.. 

 전 그러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애써 안 불편한척 했지만, 그게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결국 상대방 여자들이 저를 불편해 하는 게 느껴졌고 저 역시도 그 점을 눈치채고 한없이 위축되어 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저 스스로 '아 내가 비록 지금은 찐따 같지만 사회적으로 안정이 되면 원없이 연애가 가능하겠지' 란 이상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전 전문직 시험에 매진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2년 동안 외부랑 단절하고 공부하면서 지내다가, 어느날 밤 침대에 누웠는데 외로움이 미친듯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학업운이 없어서 20대초의 꽃 같은 시기를 수험으로 보내고, 그러다가

군대에 끌려가서 2년을 보내고, 그 후 고시 공부로 20대 후반을 보내면서 억눌러 왔던 욕망이 폭발을 하고 말았던 거죠…

 20대의 그 긴 시간동안 길가다가 내지는 도서관 이런 곳에서 맘에 드는

여자들을 숱하게 봐왔지만, 그들에게 번호를 물어보거나 할 용기는 없었습니다.

 

 그냥 '지금은 완벽한 나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기간이기 때문에 부족한 게 많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번호를 물어봐도 무조건 까일 것이다' 라고 스스로 합리화 하며 그 순간을 회피 해왔었죠. 하지만 정신차려 보니 저는 28살 모솔이었고 이 꼴로는 뭔 일이든 더 이상 못 할 것 같더라고요. 한 마디로 엔진이 다 떨어졌던거죠.. 허나 그렇다고 대안은 없었습니다.. 

 당장 여자를 만날 기회도 없었고, 길가다가 지나가는 여자들 번호를 물어볼 용기도 없었고.. 그렇게 그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만 썩어가는 나날을 보내던 와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됩니다. 

 제목은 '작은 고추에 만족한 적 있나요?'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영상을 보게 됐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채널 자체에 흥미가 가게 되더군요. 그리고 이어서 채널에 있던 영상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취준생 신분으로 번호따기', '스님인 척해서 번호따기', '애니 오덕인 척 해서 번호따기' '모태솔로 탈출 프로젝트' 등등 보면서 멘붕과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니 저런게 어떻게 가능한거지? 진짜 가능한가?' 란 생각이 들면서, 어느 순간 그 두 사람을 동경하고 있는 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저는 너무 찌질했고 도저히 영상에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처럼 뻔뻔해질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다가 이 프로젝트 홍보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진짜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신청을 하게 되더라고요. 뭐 프로젝트 가격같은 건 신경도 안 쓰이더군요. 숀댄님은 체감 상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실 분들을 염두해서 양해의 설명글까지 달아 놓으셨지만, 전 진짜 그런 설명글마저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절박했었습니다. 

 마음속에는 그냥 ' 아 진짜 변하고 싶다. 정말로 변하고 싶다... 간절히 변하고 싶다.. 자신감을 어떻게든 갖춰서 잃어버린 20대 초에 누렸어야 할 행복을 누리고 싶다..' 이 일념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미션을 하나하나 수행해 나가기 시작했죠.

 처음 1,2,3은 무난했습니다. 그러다가 4학년부터 슬슬 체감 난이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점점 버거워지더라구요.. 심적으로도 텐션이 떨어지기 시작했구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변하고 싶다'라는 오기 하나로 억지로 꾸역꾸역 미션을 수행해 나갔습니다. 근데 놀랍게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변해가는 제 자신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생판 모르는 여자들한테 애드립치면서 놀기, 칭찬 받기 , 번호따기 등을 거치면서 점차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고, 거절 당하는 것에도 익숙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한 없이 기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아직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이 과정이 끝나면 저는 다시 공부에 매진할거지만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숀댄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비록 초라한 사람의 일대기이지만 저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숀댄님에게

알려드려 보람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작성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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